주간 일기 #13 음주운전 사고를 막는 대리비

동생은 과속도 잘 안 하고 운전 중 휴대전화를 보는 일도 없어 운전습관이 아주 좋은 편인데 왜 사고가 났는지 궁금했다.

보험 접수와 사후 처리를 마친 뒤 전화로 동생에게 물어보니 차도에서 상대 운전자가 역주행을 하고 달려와 빠르게 핸들을 돌려 차량 옆끼리 접촉해 정면 추돌을 피했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핸들을 잡으면 안 돼. 과거에는 나도 술 한 잔이나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음주운전에 대해 비교적 안이한 마음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법과 상대방의 음주운전으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여러 사고를 보면서 술을 한 방울씩 도입하면 아예 운전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참고로 음주운전에 대한 평소 경각심 정도를 말하는 것이지 내가 음주운전을 좋아했다는 얘기는 아니다)나는 술을 마실 일이 있으면 차를 두고 가거나 불가피하게 차가 있는 상태에서 마시게 되면 아무리 돈이 들어도 무조건 대리운전을 부른다.

처음에는 대리운전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그 마인드를 바꿔 일종의 보험 비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돈도 많이 버는 연예인들이 대리비 몇 만원이 아까워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리는 기사들을 보면 솔직히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동생이 차에서 내려 상대방 운전자를 마주하자 술 냄새가 나 음주운전 같다고 했다.

상대방이 미안하다며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지만 사람도 괜찮아 보인 데다 운전자가 자신의 아내와 6~7세 정도로 보이는 놀란 어린 아이들 2명이 함께 동승하고 있어 날씨도 춥고 비도 많이 와 조용히 원만하게 처리한 뒤 일찍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동생이 말했다.

가까운 가족들이 술을 마신 상대 운전자 때문에 경미하지만 사고 피해를 당한 것을 직접 보면 아직 음주운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있어 걸리지 않을 뿐 여기저기서 몰래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혼자도 아닌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태운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느껴졌다.

더 큰 차도에서 고속주행 중 충돌해 큰 인명피해로 번질 만한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고 사고는 항상 갑자기 일어난다.

어디서 언제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보통 술을 마신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이 정상이고 얼마든지 운전이 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밤에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비오는 날 밤이었는데 운전 중 접촉사고가 난 것 같았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나는 차량 사고 경험이 많아 교통사고 발생 시 대응 방법과 행동 요령, 보험 처리 과정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익숙한 편인데 차량 사고가 거의 처음인 동생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도 그럴듯한 게 처음 차 사고를 겪으면 누구나 적잖이 놀라고 당황하게 된다.

나는 그 운전사가 당신과 같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차량 사고 경험을 헤아려보면 어떻게든 내 입장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금전적으로 더 끌어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고속주행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충격이 상당했고 차량 접촉 부위 손상이 상당히 컸음에도 동생은 상대방 과실 100% 인정으로 차량 수리만 맡기고 대인 접수도 요구하지 않았다.

경미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목 뒤에서 끌고 오는 운전자를 많이 본 나로서는 정말 천사 같은 대처라고 느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할 뿐 제정신일 때와는 모든 감각이 달라져 있다.

운전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사고는 얼마든지 예상외로 발생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뒤 땅을 치고 후회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대리비 3만원 정도는 매우 저렴한 가격임에 틀림없다.